‘의 좋은 형제’ 고교-대학 올스타전, 연장 접전 끝에 무승부

‘의 좋은 형제’ 고교-대학 올스타전, 연장 접전 끝에 무승부

편집부

[베이스볼코리아=대전]

승패를 뛰어넘은 아마야구 축제가 펼쳐졌다. 한화 이글스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이 연장 10회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6대 6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6월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만난 프로 스카우트 대부분은 고교 올스타의 우세를 예상했다. 서울 A구단 스카우트는 “고교 올스타는 거의 전원이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로 구성됐다. 투수진에는 150km/h대 강속구 투수가 즐비하다. 반면 대학야구는 최근 침체한 상황이라, 고교생들의 기량이 오히려 낫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야구인은 “내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고교야구는 상대도 되지 않았었는데, 이제 정반대 상황이 됐다. 대학 입장에선 고교생들과 경기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대학팀의 우세를 예상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대학야구 관계자는 “볼 빠르기나 파워는 고교 선수들이 우세할지 모르나 대학 선수들에겐 경기 경험과 운영 능력, 제구력이 있다”면서 “고교 선수들은 이미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대학 선수들에겐 오늘 경기는 흔치 않은 기회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을 갖고 임할 거다. 그 절실함이 고교생들을 압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스타전이 열린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실제 경기가 시작되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선취점은 대학 올스타가 가져갔다. 대학팀은 2회말 ‘고교 좌완 랭킹 1위’ 황준서(장충고)를 상대로 볼넷 2개와 희생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4회에는 고교 2학년생 배찬승(대구고)을 상대로 고대한(중앙대)이 투런포를 터뜨려 3대 0으로 달아났다.

동생들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고교 올스타는 5회초 공격에서 볼넷 2개와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9번타자 박준형(부천고)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1점을 만회했고, 리드오프 박지환(세광고)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어 여동건(서울고)의 희생번트 때 나온 대학팀의 실책으로 역전한 뒤(5대 3), 1사 3루에서 홈런레이스 우승자 배강(광주일고)의 희생플라이로 6대 3을 만들었다.

역전을 허용한 대학 올스타는 차근차근 점수를 만회해 나갔다. 6회말엔 고승완(연세대)의 3루타와 김상휘(중앙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었고, 7회에도 2사 후 고교 올스타의 제구 난조를 틈타 한 점 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9회말 공격에서 2사 후 터진 전다민(강릉영동대)의 1타점 3루타로 극적인 동점에 성공,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승부치기로 진행된 10회 공격에서 양 팀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경기는 6대 6 무승부로 끝났다. 선배들을 상대로 승리 코앞까지 다가간 고교 후배들의 잠재력과, 그런 후배들을 상대로 끝내 무승부를 만든 대학 선배들의 저력을 확인한 경기였다.

대학 올스타 수상자(사진=박난슬 에디터)

대회 MVP는 5대 6으로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 2루에서 동점 3루타를 날린 대학 올스타팀 외야수 전다민이 선정됐다. 전다민은 첫 세 타석에서 내리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5번째 타석에서 3루타로 영웅이 됐다.

전다민은 “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웠는데 MVP까지 선정돼 정말 행복하다. 이런 경기를 열어주신 한화 구단에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다른 친구들이 이런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저를 비롯해 프로야구 선수를 목표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고교야구, 대학야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밖에 수훈상에는 외야수 이승민(휘문고), 고교 투수 MVP는 사이드암 박기호(청주고), 고교 타자 MVP는 박지환(세광고)이 선정됐다. 대학투수 MVP는 정현수(송원대), 대학 타자 MVP는 고대한(중앙대)이 각각 수상했다.

프로 구단이 주목하는 투수 유망주들도 저마다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고교 올스타팀에선 최고 148km/h를 던진 선발 황준서를 필두로 149km/h로 1이닝 퍼펙트 호투를 펼친 육선엽(장충고), 최고 150km/h를 던진 전준표(서울고), 최고 148km/h의 전미르(경북고), 최고 146km/h의 임상현(대구상원고) 등이 돋보였다. 최고 149km/h 빠른 볼로 연장 10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낸 김택연(인천고)도 빛났다.

대학 올스타에선 8회 2사 후 올라와 2.1이닝을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정현수(송원대)가 눈에 띄었다. 대구수성대 소속인 박준용과 손주환 두 우완 투수는 나란히 최고 146km/h를 던져 대학 투수 최고구속을 기록했다.

올스타전 선수단의 피날레(사진=박난슬 에디터)

한편 이번 올스타전은 한화 이글스 야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리에 개최될 수 있었다. 한화는 ‘아마 야구 지원은 프로 구단의 역할이자 의무’라는 내부 공감대 속에 이번 올스타전의 기획과 진행을 도맡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한화 프런트가 총출동해 대회 운영을 책임졌고, 마케팅과 홍보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단 자체 유튜브 채널 이글스TV 생중계에는 인기 캐스터 정용검과 한화 레전드 김태균 해설위원, 아마야구 전문가 이재국 기자를 섭외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화는 대회 참가 선수 전원에게 특별 제작한 티셔츠와 모자를 지급한 것은 물론, 선수단이 사용하는 숙소와 버스, 식사까지 제공했다. 현장 좌석은 팬들에게 무료로 개방됐다. 약 1,000명의 야구팬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아 아마추어 별들의 무대를 직접 관람했다.

한화 관계자는 “큰 무대 경험을 통한 학생 선수들의 동기부여, 침체돼 있는 대학야구의 활성화 등이 기대된다”며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학부모와 가족들의 함성을 들으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이 대회가 계속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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