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히어로 04] 드래프트 투수 강세? 여기 ‘만능 유격수’ 이재상이 있습니다

[BK 히어로 04] 드래프트 투수 강세? 여기 ‘만능 유격수’ 이재상이 있습니다

전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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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유격수 이재상(3학년) (사진=고가연 베이스볼코리아 에디터)

신인드래프트를 3개월여 앞둔 현재 야구계에선 “올해도 투수 강세”라는 예상이 주를 이룬다. 최대어 장현석을 비롯해 150km/h대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 유망주들이 프로 구단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야수 자원 중에는 ‘대어’로 분류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일부 스카우트는 “1라운드에서 10 구단이 모두 투수를 뽑을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그러나 ‘투수 강세’라는 말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좋은 야수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얘기도 된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야구 재능을 겸비한 야수 유망주라면 더 희소가치 높은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다. 2년 전에도 그랬다. 동성고 유격수 김도영(KIA)이 진흥고 문동주(한화)를 제치고 전체 1순위로 선택받았다. 지난해에도 휘문고 유격수 김민석(롯데)이 숱한 투수 유망주를 제치고 전체 3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올해는 어떨까. 강한 어깨와 천부적 콘택트 능력을 무기로 고교 유격수 랭킹 1위를 다투는 성남고 유격수 이재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딱지 치다가 시작한 야구…“어깨는 고교 유격수 중에 내가 1등”

이재상은 다소 특이한 계기로 야구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고무 딱지를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그때도 어깨 힘이 강해서, 친구들 딱지를 제가 다 가져갔죠.” 성남고 운동장에서 만난 이재상이 특유의 초승달 모양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그걸 보시고 ‘캐치볼 한번 해 보자’ 해서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리틀야구 취미반으로 시작해 점점 야구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나중엔 야구를 제대로 해볼 결심을 하고, 갈산초등학교로 전학 갔어요ㄱ.”

경북고 전미르, 강릉고 조대현 못지 않은 이도류 이재상. 올 시즌엔 팀 동료들의 경기 출전 문제로 유격수로만 출전한다.(사진=고가연 베이스볼코리아 에디터)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가 나타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재상은 ‘보통 팀에서 제일 야구 잘하는 선수가 맡는’ 포지션, 유격수 자릴 꿰찼다.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에 감독님께서 유격수를 권유하셨어요. 그 해 동계 훈련부터 펑고도 많이 받으면서 유격수를 시작하게 됐죠.” ‘강견 유격수 이재상’의 시작이었다. 그 해 이재상은 U-15 전국유소년야구대회(융건백설리그)에서 타율 .625의 맹타를 휘두르며 성남중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투수로 힘을 보탠 건 덤이었다.

이재상은 고교 입학 이후에도 종종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 구속은 작년 동국대와의 연습경기에서 기록한 145km/h. 130km/h 초반대 슬라이더, 120km/h 후반대 체인지업도 던진다. 단 실전에서는 본업인 야수에 집중하고 있다. 투수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아무래도 투수는 부상 위험이 있으니까, 감독님께서 보호해 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조대현, 전미르 같은 ‘이도류’ 선수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죠. 우선은 유격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이재상의 말이다.

그래도 강한 어깨에 대한 자부심 하나는 확실하다. “제 가장 큰 장점은 어깨”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깨 하나는 고교 유격수 전체를 놓고 봐도 제가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상의 눈이 또 한 번 초승달 모양으로 변했다.

AG 예비엔트리 포함, 고교-대학 올스타전 선발…정상급 유격수로 인정받다.


좋은 유격수라면 안정적인 수비력은 기본이다. 이제는 수비에 더해 강한 타격 능력까지 겸비해야 주전 유격수 자릴 차지하는 시대다. 김하성(샌디에이고)은 KBO리그에서 30홈런을 때려낸 뒤 메이저리그 무대로 진출했다. 2022년 장타력을 뽐낸 오지환(LG)은 시즌 후 6년 124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해마다 타격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젊은 스위치 히터 김주원(NC)도 있다.

AG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이재상, 그의 다음 목표는 청소년 대표팀 승선이다. (사진=장지형 베이스볼코리아 에디터)

이재상도 공수 겸장 ‘만능 유격수’의 잠재력을 가졌다. 이재상의 타격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콘택트 능력.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어떤 공에든 잘 대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54타석에 나서 당한 삼진이 단 두 개뿐이다. “콘택트 능력은 자신 있어요. 삼진 두 개도 원래 방망이에 맞힐 수 있었던 공이었는데, 볼이라고 판단해서 안 쳤다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거예요. 로봇 심판이었다면 아마 볼이었을 겁니다.” 이재상은 넉살 좋게 웃었다.

6월 5일 현재 이재상은 OPS 1.069를 기록 중이다. 아직 홈런은 1개뿐이지만 소위 말하는 ‘장타 포텐’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워낙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타격 마무리 동작 때 뒷다리를 밀어주는 동작이 좋아 앞으로 많은 장타를 터뜨릴 가능성이 있다. 그는 “장타를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면서도 “손목 힘은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공이 빠른 고교 A급 투수들을 상대할 때는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려고 한다. 그렇게 치면 장타도 저절로 나오는 것 같다”고 자신의 타격 접근법을 설명했다.

비록 최종 명단엔 선발되지 않았지만, 이재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추천하고 KBO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선발한다. 또 제1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 출전 명단에도 포함됐다. 이 출전 명단은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직접 선정했다. 야구계로부터 고교 정상급 유격수로 인정받은 이재상이다.

“한 번 목표 정하면, 될 때까지 한다” 주장 이재상의 다짐

성남고 유격수 이재상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거나 인생의 기로에 서면 기도로 조급해진 자신을 다독인다. 이재상의 아버지 이인범 씨는 "재상이는 어릴 때부터 사고 한 번 친 적 없는 모범생이다. 종교적 신념이 확고한 까닭인지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습관이 몸에 베여있다. 야구를 떠나서 어떤 일이든 큰 걱정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아이"라고 밝혔다.(사진=고가연 베이스볼코리아 에디터)


성남고등학교는 지난 5월 열린 황금사자기에서 3년 만에 전국대회 8강에 올랐다. ‘캡틴’ 이재상을 중심으로 끈끈한 팀워크와 조직력을 발휘하면서 전문가들의 ‘약체’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이재상은 “주장이자 유격수로서 최대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힘든 건 없었습니다. 특히 1, 2학년 후배들이 벤치에서 파이팅을 열심히 해 줘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 자릴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이재상이 전하는 성남고 돌풍의 비결이다.

리더십은 물론 워크에식도 나무랄 데가 없다. 성남중 시절부터 6년째 이재상을 지도하고 있는 박혁 성남고 감독은 “감독의 눈으로 봤을 때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하지만 재상이는 열심히 훈련해서 그 부분을 메꾸는 선수다. 특히 실전 경기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이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이재상은 “한번 정한 목표는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목표를 정했는데 실패하면 화가 나더라고요. 하고 또 하면서, 될 때까지 계속해야 직성이 풀려요. 밤을 새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죠.”

그렇다면 이재상이 올 시즌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그리고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이내에 지명받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웃는 얼굴이었던 이재상이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순간, 초승달 모양 눈 속에서 번쩍 빛이 났다.

김지우 베이스볼코리아 에디터
press@baseball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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