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OF PARENTS] 원태인 형의 이야기, "부지런한 천재 원태인"

[HEART OF PARENTS] 원태인 형의 이야기, "부지런한 천재 원태인"

전수은
전수은
'15살 터울' 원태진-원태인 형제의 성장 스토리.
원태진 "내겐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동생, 원태인"
(좌로부터)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친형 원태진

20살, 프로 1년 차. 제 동생은 삼성 라이온즈 신인 투수 원태인입니다.

요즘 태인이가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주변의 칭찬과 격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형으로서 모든 분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태인이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 속 한 번 썩여본 적 없는 착한 동생이었습니다. 저보다 더 ‘형 같은 동생’이랄까요.

저와 태인이의 나이 차는 15살입니다. 늦둥이 동생이죠. 그런데도 저희 형제는 서로 많은 걸 공유합니다. ‘HEART OF PARENTS’ 기고를 앞두고 동생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태인아 넌, 제일 부담되는 게 뭐야?”라고요. 그러자 “야구인 출신 아버지와 형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순간만큼은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했을 뿐, 특별히 부담스러운 건 없었다”라고 태연하게 말하더군요. 오히려 “가족들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동생이 대견스러울 따름입니다.

태인이는 6살 때 야구 신동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런 까닭에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떠들썩한 유년기를 보냈죠. 물론 단점도 많았습니다. 주변의 지나친 관심, 높은 야구 잣대, 각종 루머들은 언제나 태인이를 따라다녔습니다. 한편으론 부담스럽고,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들이었겠지만, 언제나 아무 일 없는 듯. 밝게 웃어주던 동생이 바로 태인이였습니다.

저 또한 야구 선수로 짧은 프로 생활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태인이에게 야구 선배로서 해줄 조언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점은 동생에겐 늘 미안한 부분이에요. 태인이가 고3이 되던 해. 갑작스레 찾아온 슬럼프에 마음고생이 심할 때도 큰 힘이 되지 못해 늘 아쉬웠습니다. 그런데도 제게 조언을 구하는 동생에게 이런 변명을 하곤 했어요.

“형은 너만큼 야구를 잘하지 못해서 네가 지금 얼마나 부담되고 힘든 지 알 수가 없어. 그렇지만 태인아. 어차피 승부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야 한다면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봐.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간 꼭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야.” 번듯한 노하우 하나 없는 형이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고맙게도 동생은 형의 말대로 늘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에게 후회가 될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형으로선 정말 고마운 부분입니다

태인이는 프로야구가 없는 날이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4살 조카와 공놀이를 즐기고, 집 앞 마트에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 소파에 늘어져 TV를 보곤합니다. 짧은 휴식일. 친구들과 평소 못한 조우를 가질 법도 하지만, 휴식이란 핑계로 조카와 놀아주는 삼촌. 아버지와 사우나를 함께 가는 늦둥이 아들, 15년 터울의 형과 형수의 재미없는 농담에도 밝게 웃어주는 동생. 20살 태인이는 제게 늘 든든한 동생입니다.

야구인 집안에 태어나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아픈 순간 역시 많았을 겁니다. 그때마다 오히려 가족을 위로하고, 가족들 사랑에 보답하겠단 태인이가 있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합니다.

모든 이가 태인이를 야구 천재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태인이는 야구천재가 맞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게으른 천재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거드름 피우지 않는 모습에선 형인 제가 본받을 게 많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더 힘차게 뻗어 나갈 원태인을 모두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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