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S LETTER] 강속구 투수의 후회, "150km/h보다 더 소중한 것"

[PLAYERS LETTER] 강속구 투수의 후회, "150km/h보다 더 소중한 것"

전수은
전수은
-전 두산 베어스 투수 최대성(현 엘론 베이스볼)이 말하는 '강속구'
-"투수에게 구속이 전부 아냐, 좋은 체력과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첫 번째"
-"실투 겁낼 것 없어. 실패 속에서 분명 배우는 게 있을 것"
-"무조건적인 지시와 '왜'가 없는 이론은 죽은 야구"
전 두산 베어스 투수 최대성(사진=두산베어스)

전 이제 지도자로 새 삶을 시작합니다. 그에 앞서 제 경험을 나누고 여러분과 진짜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럼 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제 야구 인생엔 언제나 ‘강속구’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고등학교 시절 갑작스러운 투수 전향에도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150km/h란 구속이었죠. 그 인연은 선수생활 내내 이어졌습니다. 언제나 빠른 공을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요.

어린 시절 빠른 공을 던진 투수들을 보면 대부분 타고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체 조건이 좋다거나 선천적으로 빠른 팔 스윙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그 축복을 끝까지 이어간 선수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중도에 포기하거나 부상으로 유니폼을 벗었어요. 저 또한 구속이란 수치에 함몰돼 투수로서의 방향성을 잃곤 했습니다. 기나긴 슬럼프 그리고 방황. 머릿속은 온통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구속을 지나치게 집착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저 또한 그런 욕심이 언제나 과부하로 이어졌죠. 잦은 부상과 상체 위주의 무리한 투구자세. 정작 중요한 기초 체력과 유연성은 무시한 채 스피드 건만 바라봤습니다. 당시 제가 조금 더 영리했다면 구속보단 ‘기본’에 충실하고, 기초 체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최근 학생 선수들을 보면 아주 기초적인 보강 운동도 힘들어합니다. 이는 기초 체력이 부족하단 증거예요. 좋은 투수의 기본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좋은 체력과 몸 상태를 유지하는 건 빠른 구속만큼이나 투수에 중요한 덕목입니다.

지나치게 제구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너무 정확히 넣는 것에 집착해요. 실투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분명 있습니다. 바깥 쪽에 정확히 던지려고 100% 힘을 쓰지 않는 건 개인적으로 아쉬운 장면이에요. 의미 없는 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공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던지다보면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요즘 시대엔 여러분들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도자의 지시대로 따라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지도자와 나누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무조건적인 지시와 ‘왜’가 없는 이론은 죽은 야구입니다. 투구 자세를 바꾼다면 무슨 이유로 바꾸는지. 이 이론의 원리는 무엇인지. 내 신체엔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고 던지란 거죠. 지도자들 역시 선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고요.

은퇴를 결정하고 가장 아쉬운 게 있습니다.

더는 야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단 점이죠. 여러분은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설레지 않았나요. 혹시 지금 승리와 경쟁에 취해 그 감정을 잃어 버렸다면 빨리 다시 찾으란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우리 인생의 150km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요.

최대성 코치 친필 사인


*본 편지는 최대성 코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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