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우승 도전, 키움은 미래 준비…‘ML식 빅딜’ 성사됐다

LG는 우승 도전, 키움은 미래 준비…‘ML식 빅딜’ 성사됐다

편집부

[베이스볼코리아]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빅딜이 성사됐다. LG 트윈스는 유망주와 지명권을 내주는 대신 1선발급 투수를 영입해 우승에 올인했다. 반면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는 선발을 내주고 유망주를 받아 미래를 준비했다.

키움과 LG 구단은 7월 29일 오전 투수 최원태를 중심에 세운 1대 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최원태가 LG로 건너가고 키움은 내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다.

이번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최원태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우완 선발투수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5 신인 1차지명으로 키움에 입단, 2017시즌 11승을 거두면서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올시즌에는 17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평균자책 3.25의 수준급 성적을 기록 중이며, 통산 성적은 184경기 66승 48패 평균자책 4.27이다. 140km/h 중후반대 강력한 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과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나다.

한편 키움이 영입한 이주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내외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선수로 빠른 주력과 정교한 타격이 장점이다. 지난 2월 전역한 뒤 이번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4안타 2타점 2득점 타율 0.267을 기록했다.

함께 키움으로 건너간 김동규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7번으로 LG에 입단했다. 195cm, 10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신인 우완투수로 큰 키에도 유연성이 좋고, 하드웨어를 활용해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 이번 시즌 퓨처스리그 9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 4.08을 기록했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LG는 팀의 순원인 선발 보강에 성공했다. LG는 29일 현재 51승 2무 33패 승률 0.607로 2위 SSG에 2.5경기차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강력한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진이 고민이다. LG 선발진은 평균 이닝 리그 9위(5.01이닝), 선발 WAR 8위(4.07승)로 리그 최하위권. 애덤 플럿코 외엔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올시즌 정상급 투수로 반등한 최원태(WAR 2.85승, 8위)가 합류하면서, 경쟁력 있는 로테이션을 구축하게 됐다. 에이스 플럿코와 최근 회복세가 뚜렷한 케이시 켈리, 최원태로 이어지는 1~3 선발은 시즌 후반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한편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인 외부 영입으로 ‘윈나우’ 의지를 보였던 키움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우승 도전에서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키움은 93경기를 치른 현재 41승 3무 49패 승률 0.456으로 리그 9위까지 추락했다. 5위 KT와 3.5경기차로 가을야구 경쟁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판타자 이정후마저 시즌아웃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실 인식은 트레이드 후 고형욱 단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고 단장은 “우리 구단은 2022시즌이 끝난 후 정상 정복을 위해 나름대로 전력 강화를 준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시즌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조금 더 냉정을 찾고 구단의 현재 전력상 약한 부분 보강과 미래 전력 강화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이번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정상 도전이 사실상 어려워졌음을 완곡하게 인정한 셈이다.

키움이 이번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주형은 리그 최상위급 야수 유망주로 컨택, 파워, 스피드, 운동능력 등 모든 면에서 최상위권 잠재력을 자랑한다. 올시즌 뒤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이정후의 후계자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또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8순위 지명권을 확보하면서 1라운드에서만 두 장의 지명권을 행사하게 된 것도 소득이다. 키움은 올해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도 두 장, 3라운드에서 두 장의 지명권을 갖고 있어 전체 29순위 전까지 총 6명을 지명하게 된다.

이번 트레이드는 그간 KBO리그에선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메이저리그식 트레이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각 팀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에 따라 활발한 선수 교환이 이뤄진다.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팀은 주축 선수를 내주고 유망주를 받아서 미래를 대비하고, 가을야구 경쟁 팀은 유망주를 대가로 부족한 전력을 보강하는 식이다.

그러나 KBO리그에선 이런 빅딜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웠다. 10개 팀 중에 5위만 해도 가을야구 진출이 가능한 구조에서 섣불리 주전 선수를 다른 팀에 내주고 시즌 ‘포기’ 선언을 했다간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 엘리트급 선수 숫자는 한정적인 반면에, 유망주의 가치가 높지 않은 리그 특성도 메이저리그식 트레이드를 가로막은 원인. 우승에 목마른 LG와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키움이 만나 KBO리그 트레이드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